얼마 전, 유튜브를 통해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을 먹고 말기암이 완치되었다는 해외 환자의 간증이 이목을 끌면서
많은 사람들이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은 물론, 같은 벤다졸 계열인 사람용 구충제 알벤다졸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폐암 4기 투병 중인 개그맨 김철민씨도 펜벤다졸 복용 사실을 공개했다.
심지어 최근에 코로나가 유행하면서는 코로나에도 알벤다졸이 효과가 있지 않냐는 소문도 심심찮게 들린다.
이런 파동 때문일까, 현재까지도 약국에서도 알벤다졸이 많이 팔려나가면서 '품귀현상'을 겪고 있다. (알벤다졸은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는 구충제다. )
나는 간호학을 전공하기도 했고, 건강에 관심이 많던 터라 1년에 한번씩은 가족들과 같은 시간에 꼭 구충제 알벤다졸을 복용하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 알벤다졸에 정말 다른 효능들도 있는지 궁금해 졌다.
이번 포스팅을 통해서 알벤다졸의 효능과 효과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려고 한다.
●알벤다졸 이란?
알벤다졸은 기생충을 죽여 기생충에 의한 감염을 치료하는 구충제 성분 중 하나입니다. 물론 일부 제약사에서 약 명칭을 성분명으로 지어 구충제 약 자체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보령 알벤다졸, 대웅 알벤다졸 이런 식입니다. 알벤다졸은 기생충이 포도당을 흡수하지 못하게 해 에너지 생성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기생충을 사멸시킨다고 합니다.
●알벤다졸과 펜벤다졸의 차이점?
알벤다졸, 펜벤다졸 이름이 비슷한데 무슨 관계냐고요? 알벤다졸과 펜벤다졸은 화학 구조가 유사한 ‘벤지미다졸계’라고 합니다. 화학 구조가 비슷해 펜벤다졸의 대체재로 알벤다졸을 찾는 셈입니다. 알벤다졸은 펜벤다졸과 달리 인체용인만큼 보다 안전하지 않겠냐는 인식도 인기에 한몫 한 것으로 보입니다.
●알벤다졸은 실제 항암효과가 있을까?
김영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2011년에 발표한 보고서를 살펴봅시다. 이 보고서는 실험실용 쥐(누드 마우스)를 이용해 알벤다졸의 항암 효능을 검증해보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이 연구는 정부 출연금 1억여원을 지원받아 교육과학기술부 일반연구자지원 사업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실험실용 쥐(누드 마우스)에 난소를 이식한 후 알벤다졸을 복강 내에 투여해 암세포 증식과 복수 형성을 억제하는 등의 항암효능을 검증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 보고서에는 “알벤다졸은 항 기생충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난소암종양세포의 증식을 강력하게 억제하는 작용이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며 “복수방지 효과는 종양 외 염증성 질환, 패혈증, 면역성 혈관질환 등 혈액누수가 많이 일어나는 질환에 적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쓰여 있습니다.
기억해야할 점은 이 연구는 알벤다졸이 직접 암세포를 사멸시킨다는 내용이 아닌 암 성장을 억제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연구였습니다. 쥐에게 실험한 결과로, 사람에게도 항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검증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논문 저자 김영태 교수도 “이 약을 항암제로 먹으라는 말은 보고서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알벤다졸 복용시 유의해야 할 점
알벤다졸은 인체 항암 효과가 검증됐다거나, 항암 치료 목적으로 사용 시 무해성이 입증된 성분은 아닙니다.
400㎎ 기준 1일 1회 복용하고, 일주일 후 1회 더 복용하는 방식, 즉 정해진 용법ㆍ용량대로 복용할 경우의 안전성만 입증됐을 뿐입니다.
인체용으로 나온 알벤다졸이라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장기간 복용할 경우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알벤다졸은 구충 효과를 위해 복용하는 의약품이기 때문에, 암 치료를 위해 장기 복용하면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고,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인체용 의약품이지만 허가 사항을 따랐을 때 안전한 것이고, 정해진 용법ㆍ용량을 지키지 않으면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 이처럼 현재까지 알벤다졸이 항암효과가 있다는 것은 경험적인 내용, 그리고 쥐를 대상으로 한 암억제 관련 연구로 한정되어 있지만, 말기암에 고통받는 환자분들이나 비염, 면역계 질환, 당뇨 등 기타 여러 질환을 앓으시는 분들이 질병 치유의 목적으로 많이 구매하고 복용을 해 보시는 것 같다. (인터넷에 검색하고 후기 등을 보았을 때)
약을 복용 할때는 본래의 목적과 용법/용량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 이고 가장 안전하지만,
얼마나 병이 고통스러우면 저런 선택을 하실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시지 않을까.
바라기로는, 알벤다졸등 벤지미다졸계의 효능과 효과에 대한 좀 더 많은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임상연구도 시행되어
좀 더 안전하게 다른 치료목적으로도 효능이 확인되고 이 약이 쓰임 받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정해진 용법ㆍ용량대로 복용하여 안전한 복용을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다음은, 중앙일보에서 김영태 연세대 세브란스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Q. 연구 계기는.
A.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메벤다졸(사람용 구충제)을 간암 환자에 치료해 효과를 봤다는 선행연구가 있어 관심 있게 봤다. 기생충 약은 마이크로튜블(microtuble·세포의 분열·활동을 관장하는 기관) 생성을 방해해 세포분열을 막고 결국 사멸하게 한다. 암세포에도 (기생충 약을) 똑같은 방법으로 쓸 수 있어 선행 연구들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Q. 주된 결과는 뭐였나.
A. 알벤다졸이 암세포를 직접 사멸시키는 건 아니었다. 암이 생존하고 성장하려면 혈액을 공급받아야 한다. 암의 특성 중 하나가 혈관을 만들고 피 공급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대표적 항암제는 혈관의 생성을 막는 약이다. 그와 비슷하게 혈관을 생성하는 인자(VEGF)를 억제해서 복수도 적게 하고 암의 성장을 억제해 암이 더 크지는 않는다는 점을 증명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Q. 보고서를 근거로 알벤다졸을 항암제로 먹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A. 이 약을 항암제로 먹으란 말은 보고서 어디에도 없다. 그렇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면 호도되지 않게 바로 잡아달라. 다시 말하지만 알벤다졸이 미세혈관을 만들어내는 인자의 생성을 억제한다는 것까지가 연구에서 규명된 것이다. 알벤다졸은 사람이 먹는 약으로 허가를 받았지만 (항암치료 목적으로 복용할 때) 용량과 용법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임상적으로 정해진 다음에 복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같은 계열 약물인 메벤다졸이 미국에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에서 신약의 유용성을 연구하기 위해 소아 뇌종양 환자 등을 대상으로 메벤다졸 임상시험 1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부작용이 적으면서도 효과를 보이는 약을 미국에서도 찾고자 하는 것이고 터무니 없는 약을 임상시험 하지 않을 것 아니냐.
참고자료
한국일보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11211693736274?did=NA&dtype=&dtypecode=&prnewsid=
중앙일보 "암억제" 8년전 보고서 찾았다…'사람구충제' 갈아타는 암환자 https://news.joins.com/article/23634107